1. 숙대 학생회관에서 마주한 차가운 각성
월요일(3.9) 점심식사를 위해 숙명여대 순헌관 갔다가
학생회관에 비치된 2026년 3월 9일자 <이투데이>
신문을 한장 챙겨 들었습니다. 사실 고백하자면, 저는
반도체 주식 투자자로서 최근의 반도체 시장을 보며
낙관론에 젖어 있었습니다.
AI 열풍으로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폭발하고 단가가
급등하면서, “역시 대한민국 반도체는 무적이다” 라고
믿고 싶었는지도 모릅니다. 경제 유튜브마다 쏟아지는
장밋빛 전망에 취해, 시스템 반도체 분야가 미흡하다는
사실을 잠시 망각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책상에 앉아 신문을 찬찬히 읽어 내려가다 마주한
숫자는 안일한 생각을 단숨에 깨워주었습니다.
대한민국 반도체의 ‘두뇌‘인 시스템 반도체 설계(팹리스)
점유율 0.8%. 이 숫자는 잠시 놓치고 있었던 우리 산업의
뼈아픈 현실이었습니다.
# 사진1. 숙대 학생회관 신문 가판대

2. 메모리 호황이라는 착시 : 시공과 설계의 간극
우리가 유튜브에서 듣던 ‘호재‘는 주로 메모리 반도체
(제조/시공)에 한정된 이야기였습니다. 하지만 냉정한
지표는 우리가 간과했던 ’설계’의 위기를 명확히 보여줍니다.

#사진2. 반도체 밸류체인별 점유율 대비 그래프

메모리 점유율이 65.6% 라는 것은 우리가 세계 최고의
자재 생산 능력을 갖췄음을 뜻합니다. 하지만 그 자재를
어떻게 배치하고 활용할지 결정하는 ‘설계도(팹리스)’
점유율이 0.8% 에 불과하다는 것은, 거대한 건물을
짓는 데 필요한 핵심 도면을 99% 이상 해외에 의존하고
있다는 서글픈 현실을 의미합니다.
3. ‘설계 부재’가 초래하는 보이지 않는 위기
신문 기사가 지적하는 한국 반도체의 위기는 단순히
숫자의 문제가 아니라 생태계의 단절에 있습니다.
• 원천 설계 권력의 해외 독점: 설계 점유율 0.8%는
매출이 늘어도 핵심 로열티는 설계권을 쥔 미국(80%
이상)으로 흘러가는 구조를 만듭니다. 우리는 ‘열심히
짓기만 하는 시공사’에 머물고 있는 셈입니다.
• 영세한 설계 생태계: 국내 팹리스 기업의 약 46%가
상시 근로자 50인 미만의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습니다.
메모리 호황의 낙수효과가 설계 분야까지 골고루 퍼지지
못하고 있음을 방증합니다.
• 제조와 설계의 단절: 세계적인 파운드리 인프라를 지향
하지만, 정작 우리만의 설계도가 부족해 국내 인프라를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고 대만이나 미국에 밀리는 양상이
반복됩니다.
• 대만과 미국의 성공 사례: 대만과 미국은 설계와 생산이
유기적으로 연결된 ‘반도체 생태계’를 구축하며 경쟁력을
키워왔습니다. 대만은 세계 1위 파운드리인 TSMC를
중심으로 수많은 설계 기업들이 공생하고 있고, 미국은
엔비디아, AMD, 퀄컴 같은 글로벌 팹리스 공룡들을
중심으로 산업 기반을 단단히 확장했습니다. 설계 기업,
소프트웨어, 데이터센터가 긴밀히 연결되어 AI 시대의
주도권을 쥐고 있는 셈입니다.
#사진3. 국가별 팹리스 시장 국가별 점유율 추이
글로벌 팹리스 시장의 국가별 점유율 추이를 보면
격차는 더 심각합니다. 미국은 80% 이상의
점유율을 공고히 유지하며 상승 곡선을 그리는
반면, 대만은 11%대를 유지하고 있고 한국은
미미한 수준에 머물러 있어 국가 차원의 전략적
육성이 시급함를 보여줍니다.

4. 전문가의 진단: 하드웨어를 넘어 소프트웨어의 시대로
이투데이 인터뷰에서 최기영 반도체공학회장은 이 위기를
타개할 해법으로 설계-소프트웨어-애플리케이션이 하나로
연결된 유기적 생태계를 강조했습니다. 생산 역량만으로는
업황 사이클에 따른 변동성을 이겨내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위기 의식 속에 정부도 시스템 반도체 생태계 강화를
위한 정책 지원을 서두르고 있습니다. 산업부는 현재 팹리스
기업수를 10배 수준으로 확대하고, 수요 기업과 파운드리가
연계된 K형 반도체 생태계를 구축한다는 구상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결국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개별 기업의 성장을
넘어선 ‘유기적인 연결‘입니다.
건축도 마찬가지입니다. 화려한 외장재나 시공 기술보다
중요한 것은 그 건물이 인간의 삶과 어떻게 상호작용할지를
고민하는 ‘설계‘와 그 기능을 제어하는 ‘시스템’의 결합
입니다. 반도체 역시 하드웨어 제조 기술을 넘어 전체
생태계를 아우르는 통합 설계 역량을 갖춰야만 진정한
강국이라 불릴 수 있습니다.
#사진4. 최기영 회장 인터뷰 기사 일부 발췌

5. 마치는 글: 낙관을 넘어 본질을 직시해야 할 때
유튜브의 장밋빛 전망에 잠시 생각을 놓쳤던 저에게, 다시
생각하게하는 각성제가 되었습니다. 0.8%라는 숫자는
우리가 그동안 ‘눈에 보이는 제조’에만 열광하고, ‘보이지
않는 무형의 가치(설계)를 얼마나 멀리해왔는지 보여주는
모습입니다.
건축 현장에서 설계비를 아까워하는 곳에 명품 건축물이
있을 수 없듯이, 국가 산업의 뿌리도 결국 창의적인 ‘설계
역량‘에 있습니다. 이제라도 메모리 호황이라는 착시에서
벗어나, 대한민국이 시스템 반도체라는 거대한 지붕을
얹을 수 있는 ‘진정한 설계 강국‘으로 거듭나기를 간절히
기대해봅니다.
[출처 및 참고]
• 이투데이 제3821호(2026.03.09.월) 기사 인용 및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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