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사 실무팁

사라지는 힐튼서울 전시 리뷰 : 건축사의 시선으로 본 기록의 가치

aeh-note2025 2026. 1. 5. 15:43

[ 1. 설계 사무소 동료들과의 특별한 외출 ]
2025년 12월 30일, 첫 직장이었던 건축설계사무소 시절을
함께 지낸 동료들과 함께 남산의 상징이었던 밀레니엄
힐튼 서울이 철거되며 열린 전시 <힐튼서울 자서전>에
다녀왔습니다. 우리들에게 ‘밀레니엄 힐튼 서울‘은 단순히
유명한 호텔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집니다. 한국 현대 건축의
거장 김종성 건축가의 숨결이 깃든 공간이자, 도시의 맥락을
잇는 중요한 자산이기 때문입니다.

사진 1. 입장권(2025.12.30. 화)
~ 첫 직장 친한 동료들과 방문



[ 2. 존치냐 철거냐, 뜨거웠던 논쟁의 기록 ]
사실 이 건물이 2022년 말 폐업하고 매각될 당시, 건축계와
시민사회에서는 이 건물을 그대로 살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매우 높았습니다.

* 건축적 가치 :
1983년 완공된 힐튼 서울은 김종성 건축가가
미스 반 데어 로에의 ’ 하이테크 건축’ 정수를 한국에 이식한
기념비적인 작품입니다. 특히 브론즈 유리와 알루미늄
커튼월로 이루어진 외관, 그리고 거대한 보이드(Void)
공간이 주는 로비의 압도적인 개방감은 대체 불가능한
가치를 지니고 있었습니다.
* 사회적 갈등 :
”도시의 역사적 자산으로서 보존해야 한다”는 의견과
“사유 재산권 및 노후화된 건물의 효율적 개발이 우선이다”
라는 의견이 팽팽했었습니다.

결국 전면 철거 후 재개발이라는 결론이 났지만, 건축가의
시선으로 바라본 이 전시는 그 치열했던 논쟁조차 건축물의
‘자서전’ 속 한 페이지로 기록하고 있었습니다.


[ 3. 해체된 자재들의 재탄생 : 서지우 작가의 조형물 ]
전시장 입구에서 우리를 맞이한 것은 서지우 작가의
작품들이었습니다. 철거 현장에서 수거된 폐자재들로
만들어진 이 조형물들은 건축 설계를 하는 우리들의 눈에
강렬하게 다가왔습니다.

김종성 건축가가 중요하게 다루었던 녹색 대리석과
트래버틴, 브론즈, 오크 등의 자재들이 해체된 채 새로운
물성을 뿜어내고 있었습니다. 한때는 로비의 기둥으로,
벽면의 마감재로 사용되었던 것들이 이제는 파편화된
예술품이 되어 건축물의 ‘죽음‘과 ’ 부활‘을 동시에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사진 2. 철거할 때 나온 폐자재들로 만든 서지우 작가 조형물



[ 4. 아카이브가 보여주는 건축의 시간 : 1977~2022 ]
제2장 ‘기억과 기록’ 섹션에서는 설계 사무소 실무자로서
전율을 느낄 만한 자료들이 가득했습니다. 1977년 건립
당시의 설계 도면부터 시작해, 운영 당시의 문서들,
그리고 철거 직전의 긴박한 현장 기록까지 볼 수 있었습니다.

건축물은 완공되는 순간, 사람들이 머물고 건물이 나이
들어가는 전 과정을 통해 비로소 그 가치가 완성된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습니다. 우리가 밤을 새워
그렸던 도면 한 장 한 장이 수십 년 뒤 누군가에게는 인생의
배경이 되고, 도시의 기억이 된다는 사실에 건축가로서
책임감이 크게 다가왔습니다.

사진 3. 1977~2022   힐튼서울 기록들 전시



[ 5. 2025, 그 이후 : 우리는 무엇을 남길 것인가 ]
전시의 마지막은 다시 한번 ‘보존과 개발‘이라는 질문을
던집니다. 힐튼 서울이 사라진 자리에는 이제 30층이 넘는
오피스와 호텔 복합시설이 들어설 예정입니다.

자본의 논리에 따라 도시의 스카이라인이 바뀌는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흐름일지 모릅니다. 하지만 건축가의
시선에서 볼 때, ‘전면 철거‘만이 정답이었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전시에서 소개된 도쿄 나카긴 캡슐
타워나 몬트리올 엑스포 한국관의 사례처럼, 디지털
기록이나 물리적 부재를 활용한 새로운 ‘기억법’은 우리
세대의 건축가들이 풀어야 할 숙제입니다.

사진 4. 2026, 그 후



[ 6. 관람을 마치며 ]
사라지는 것들에 대한 예우를 다한 이 전시는, 앞으로
지어질 것들에 대해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할지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해 주었습니다.

힐튼 서울의 자서전은 여기서 끝나지만, 이 공간이 남긴
유산은 많은 이들에게 ‘보존과 개발’의 생각을 진지하게
고민하게 하는 묵직한 메시지를 주는 듯합니다.

“건물은 사라지지만, 그 공간이 품었던 시간과 기억은
기록을 통해 영원히 남는다는 것을 이번 전시를 통해
다시 배웁니다”


< 전시 정보 (참고용) >
• 장소: 피크닉 (piknic)
• 전시명: 힐튼서울 자서전
   ( The Autobiography of Hilton Seoul)